
솔직히 저는 비 오는 날 먹다 남긴 삼겹살 한 줄 반을 보면서 그냥 다시 구워 먹는 것 말고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장똑똑이라는 요리를 발견했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만드는 법을 보자마자 "이게 진짜 10분 만에 된다고?" 싶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직접 만들어 봤고, 결과적으로 그날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습니다.
남은 삼겹살로 만드는 장똑똑이,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장똑똑이는 장조림(醬조림)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장조림이란 간장 기반의 양념에 고기를 넣고 국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졸여 만드는 저장 반찬을 말하는데, 궁중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장조림은 최소 한 시간 이상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야 하지만, 장똑똑이는 그 과정을 확 줄여서 5~10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간편 버전입니다.
저 처음에 이 요리를 찾아본 이유가 딱 이 상황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집에서 쉬면서 뭔가 먹고 싶은데 반찬이 없는 거예요. 냉장고에 삼겹살만 남아 있었고, 또 구워 먹자니 이미 질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장똑똑이를 알게 됐고, 처음 보는 요리인데도 재료 구성이 단순해서 바로 도전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간결합니다. 삼겹살을 큼직하게 썰어 마늘(마술)과 후추로 밑간을 한 뒤 팬에서 익히고, 피가 사라지고 기름이 돌기 시작하면 흑설탕(黑雪糖)을 먼저 넣습니다. 여기서 흑설탕을 먼저 투입하는 이유가 있는데, 흑설탕이 고기 단백질과 반응해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수분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이 반응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부르는데, 열에 의해 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하면서 고기 표면에 깊은 색과 풍미를 만들어주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흑설탕을 먼저 넣으면 고기가 더 맛있어지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이후 물을 약간 넣어 국물을 만들고, 어느 정도 졸아들면 간장과 꿀 또는 조청,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넣습니다. 마늘 대비 대파는 두 배 비율로 넣는 것이 핵심인데, 이 비율 자체가 잡내 제거에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참치액을 소량 추가하면 감칠맛(鮮味, umami)이 올라가는데, 감칠맛이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외에 별도로 존재하는 제5의 맛으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산이 자극하는 미각을 가리킵니다. 저는 매운 걸 못 먹어서 청양고추는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없어도 맛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장똑똑이 만들 때 기억해 두면 좋은 재료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겹살 450g 기준 마늘 10g, 다진 파 20g (마늘의 두 배)
- 흑설탕 10g (간장 투입 전 먼저 넣기)
- 간장 20g, 꿀 또는 조청·물엿 20g
- 참치액 10g (감칠맛 보강 선택 사항)
- 참기름 1큰술 (마무리 단계에서 향 추가)
삼겹살 지방이 주는 깊은 맛, 고기 선택이 결과를 바꿉니다
장똑똑이를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맛은 삼겹살이 아니면 절대 안 나오겠구나"였습니다. 일반 장조림과 비교했을 때 덜 짜고, 삼겹살 특유의 지방층 덕분에 훨씬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장조림을 두부나 메추리알과 함께 먹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층위의 맛이었습니다.
이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삼겹살의 근간지방(intramuscular fat), 즉 근육 사이에 촘촘히 박혀 있는 지방은 가열 과정에서 지방 유래 방향족 화합물(volatile fatty acids)을 방출합니다. 여기서 방향족 화합물이란 조리 중 지방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향 물질로, 이것이 고기의 풍미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지방이 적은 부위를 쓰면 이 화합물이 적게 생성되어 아무리 양념을 정교하게 맞춰도 맛의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건강을 이유로 삼겹살 대신 다른 부위를 선택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목살이나 앞다리살도 사용 가능하지만, 제 경험상 지방이 없어질수록 장똑똑이 특유의 촉촉하고 기름진 질감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건강을 챙기고 싶으면서도 맛의 깊이를 포기하기 싫다면,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돼지 삼겹살의 포화지방산 함량은 100g당 약 14~16g 수준인 반면, 소고기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이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건강 부담이 적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실제로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지방 구성은 다릅니다. 소고기 지방에는 공액리놀레산(CLA, conjugated linoleic acid)이 포함되어 있는데, CLA란 체지방 감소와 면역 기능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입니다. 절대적으로 건강한 성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돼지 지방 대비 소고기 지방이 구성 면에서 다르다는 점은 분명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완성 후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반찬으로 먹었는데, 먹다 보니 국물째 밥 위에 부어버리고 싶어 졌습니다. 실제로 쌀밥 위에 장똑똑이를 얹어서 덮밥처럼 먹었더니, 기름진 국물이 밥에 배어들면서 비빔밥이나 덮밥 부럽지 않은 한 그릇이 완성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장 반찬으로 만들었는데 덮밥으로 먹으니 오히려 더 맛있었거든요.
남은 삼겹살 때문에 이 요리를 찾아봤다가 이제는 일부러 삼겹살을 남겨두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만드는 시간은 10분이지만, 맛은 그것보다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삼겹살이 남았을 때, 혹은 밑반찬 하나가 급히 필요할 때 장똑똑이를 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덮밥으로 응용해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히 훌륭합니다.